흔히 아이가 부모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시기상 자아정체성을 확립해나가고 독립성을 키워나갈 때 보이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하지요. 아이의 고집과 떼부림이 강해질수록 그만큼 잘 커가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현실 육아는 글처럼, 말처럼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나 말을 안 들을 수 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이 시기! 엄마, 아빠의 작은 노력만으로 아이의 행동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답니다. 말 안 듣는 아이를 이해시키는 부모의 태도에 대해 알아볼까요?
1. 기분이 좋을 땐 “OK”, 좋지 않을 땐 “NO”! 일관성 없는 태도
엄마, 아빠도 부모이기 이전에 사람이기에 감정적으로 지치고 힘든 날, 유난히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날이 있기 마련이에요. 이런 날은 평소와 다름없는 아이의 작은 행동도 유난히 신경 쓰이곤 하지요. 하지만 기분에 따라 변하는 부모의 허용선은 아이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아이도 덩달아 기분에 따라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 이렇게 해볼까요?
“엄마/아빠가 화내서 미안해. 엄마도 속상한 날이 있어. OO가 이해해줄 수 있지?”라고 말해보세요.
물론 아이가 해결책을 제시해주진 못해요. 하지만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고 나면 분명 기분이 한결 좋고 편해질 거예요. 아직 어리지만 누구보다 엄마, 아빠를 사랑하기 때문에 부모의 표정과 말에서 묻어나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2. “이거 또 네가 그랬지?” 상황판단 없이 무조건 아이 탓
아이는 성인보다 상대적으로 전반적인 삶의 경험이 적고, 문제 상황을 능숙하게 해결할 만큼 사회성, 사고판단력이 성숙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서 서투른 실수가 잦은 편이지요. 이러한 이유로 자초지종이 확실하지 않은, 집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해프닝의 주범을 앞뒤/전후 상황을 판단하기도 전에 당연히 아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또 그랬네 또! 조심하라고 했어 안 했어!”라고 실수투성이로 낙인찍듯 나무란다면 아이는 자괴감이나 수치심을 느낄 수 있고, 유사한 실수를 했을 때 회피하고 변명을 이야기하기 급급할 수 있습니다.
* 이렇게 해볼까요?
큰 호흡으로 화난 감정을 가라앉힌 후, “우유가 엎질러져 있는 이유를 아니?”처럼 상황에 중점을 둔 질문을 해보세요.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하게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에요. 아이가 잘못을 인정하면 아이 혼자 또는 부모와 함께 엎질러진 우유를 정리하며 나로 인해 벌어진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여 마무리 짓도록 묵묵히 기다려주세요.
3. “안 돼, 가만히 있어, 하지 마!” 강압적인 말과 행동
“안돼!” “하지 마!” 등 아이의 행동을 즉각 중재하기 위한 표현은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과한 행동을 보일 때 반사적으로 나오는 말이에요. 더불어 아이에게 사회적 규칙을 알려주기 위한 의도로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표현법이기도 해요. 하지만 아이를 중재하는 표현이 이외의 상황에도 빈번하게 사용되면 아이의 반응이 무뎌지게 됩니다. 자주 듣는 말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면, 부모는 아이를 통제하기 위해 더욱 강한 규칙을 적용하려 하지만 반항심만 자꾸 커져 청개구리 같은 모습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 이렇게 해볼까요?
“안 돼!”로 그치지 않고 “(안 되니까) ~ 이렇게 해야 해,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단, 말투는 단호하고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엄마, 아빠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해주세요. 같은 상황에서 몇 차례 반복하여 이야기해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일단 그 상황에서 벗어나 주세요. 흥분된 아이의 감정을 가라앉힌 후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다시 이야기 나누는 것이 아이와 부모 모두의 감정과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입니다.
4. “다음에 해줄게.”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는 모습
우리의 일상은 예측하지 못한 일과 많은 변수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계획했던 일이 미뤄지는 경우가 발생하곤 해요. 아이와 중요하거나 혹은 사사로운 약속을 한 날, 불가피한 일 처리로 아이와의 약속을 시행하지 못한다면 아이는 기대한 만큼 실망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엄마, 아빠의 반응이 정말 중요해요. 만약 “다음에 해줄게.” “나중에 가자.”와 같이 기약 없는 약속을 한 후 불이행이 반복된다면 아이는 엄마, 아빠를 거짓말쟁이로 생각하고 대인관계 속 ‘신뢰’를 배우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성장한 아이는 타인과의 약속을 가볍게 여기고 행동하거나 부모의 이야기를 흘려듣고 하고 싶은 데로 행동하여 통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요.
* 이렇게 해볼까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생길 수 있어요. 그럴 땐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찬찬히 설명해주세요.
부모의 이야기, 눈빛, 표정 속에서 엄마, 아빠의 진심을 느끼면 아이의 속상한 마음도 눈 녹듯 녹을 거예요. 그리고 미뤄진 약속을 시행하는 날, “엄마, 아빠가 약속을 지켰어. 기다려주어 고마워”라고 되짚어 상기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