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백하건대 아이들하고 그렇게 잘 놀아주는 편은 못됩니다.
핑계이겠지만, 회사 일이 많은 편이고 제가 주로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다 보니, 제가 회사에서 밀리면 저희 가족 생계가 걱정되기도 해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일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동료와 이야기하다가 동료가 지나가는 말로 아이들하고 어렸을 때 많이 못 놀아줬더니 점점 더 서먹해지고 이제는 물어도 대답을 잘 안해.라고 그러더라고요. 표정이 어두워 보였습니다.
저는 그 동료의 말에 약간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동료의 아이들은 초등 3학년, 5학년인데, 그렇게만 돼도 아빠랑 별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친구랑만 놀거나 혼자 방에 틀어박힌다고 하더라고요.
하.. 그러면 1살 아들은 시간이 남았지만, 7살 딸은 이제 시간이 정말 안 남았구나!라는 초조함이 몰려왔습니다.
어렸을 때 나 자신의 아버지도 나에게는 큰 관심이 없고 일만 해서 섭섭했던 것을 우리 아이들도 고스란히 느낄 거라 생각하니..
내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건가..라는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나는 정말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일을 열심히 했던 건데...
이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고..
정말 이제라도 달라져야겠다 생각이 좀 들어서, 7살 딸이랑 이번 주말에 공원에 가서 자전거 타자고 하니까 좀 시큰둥 하더니 그래도 좋아하는 눈빛이 보이더라고요. 속으로 "휴, 아직은 그래도 시간이 좀 남았구나" 싶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다른 아빠분들도 저와 마찬가지 일 것 같아서였습니다.
저는 7년 동안 딸아이와 거의 못 놀아준 아빠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지만, 만약 내가 늦게 깨달았다면 되돌릴 시간도 없겠구나 생각이 들어 섬뜩합니다.
많은 아빠들이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일을 열심히 하고 정말 힘드신 걸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아빠와의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 줄 시간은 고작 10년 밖에 없기에 어떡해서든 지친 몸을 일으켜 아이와 놀아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같이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저도 솔직히 주중에는 늦게까지 일할 때가 많아, 주말에는 잠을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하지만 늙어서 혼자이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에 그리고 나의 아버지에게 받은 섭섭함을 극복하고 싶다는 마음에 주먹을 불끈 쥐고 아이를 데리고 주말에 놀러 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갑자기 딸아이와 놀러 간다고 하니까, 어린 둘째 육아하느라 정신없던 와이프의 얼굴도 한결 밝아진 것 같더군요..
다른 아빠 분들은 저보다 훨씬 더 잘 놀아주고 잘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만, 다른 아빠분들은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저 혼자 늦게 깨달아 흥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모두.. 아이에게 황금의 10년을 힘들더라도 성장하는 시기로 여기고 가족끼리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잘 보냈으면 합니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