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실수는 그의 삶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사업이 망하자 친구는 도망갔고, 이 남자는 모든 재산을 날리고 빚 채무에 시달리게 되었다. 집마저 없어지고 술에 찌들어 노숙자 생활을 하던 어느 날, 그를 불쌍하게 여겨 누군가 머리맡에 놔두고 간 컵라면을 한 그릇 싹 비우고 난 후, 배가 오랜만에 불러서 였을지 아니면 신의 자비였을지 계기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이제 삶의 골짜기에서 벗어나 지평으로 걸어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노숙인 재활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일단 개인 파산 신청을 하고 채무로부터 벗어나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하철 종각역 남성 공중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이었다. 그의 낡고 초라한 가방 안에는 흙을 구워 만든 작은 부처 모조품이 있었다. 그 부처는 그 남자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게 된다.
"네가 종각역에서 일하니까 보신각종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 지금 종각역에 있는 보신각종은 원래 있던 종이 아니다. 원래 있던 종은 금이 가고 깨어져서 지금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종각에 따로 보관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걸려 있는 종을 만드신 종장이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다. 예전 보신각종처럼 금이 가서 깨어진 종을 치면 무슨 소리가 날까?”
“글쎄요…….”
“그야 깨어진 종소리가 나겠지. 그런데 완전히 깨어져서 조각조각 난 종의 파편을 탕 치면 어떤 소리가 날까?”
"......"
“맑은 종소리가 난다. 완전히 깨어진 종의 파편 하나하나가 제각기 하나의 종의 역할을 한다. 깨어진 종의 파편이므로 깨어진 종소리가 나리라고 생각되지만 그게 아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생각해야 될까. 네 삶이 하나의 종이라면 그 종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나 산산조각 난 내 삶이라는 종의 파편을 소중하게 거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종의 파편 하나하나마다 맑은 종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네 삶의 고통의 파편들을 버리지 말고 소중히 여기거라.
* 정호승 시인이 쓴 우화집 [산산조각] 중 부분
🌈 이 글을 읽으며 스치는 생각은 '내 삶은 저렇게 산산조각까지 난 적 없으니 다행이다'라는 안도의 한숨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산산조각까지 난 적은 없더라도 조금씩 내 삶의 모퉁이가 마모되어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작은 금이 생기며, 포기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개씩 쌓이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젊은 시절 바랬던 꿈은 서랍 속에 이미 넣어두고 현실에 맞추어 살아가거나, 점점 나의 가능성보다는 내 한계를 깨우쳐 가는 순간이 늘어납니다. 우리는 삶이라는 종의 산산조각까지는 본 적이 없더라도, 작은 마음의 부품이 산산조각 나는 경험은 이미 해보았겠지요.
정호승 시인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깨어진 그 조각 각각에서도 청명한 종소리가 난다고, 그렇기에 조각에 맺힌 소리의 배움을 어떻게든 거두라고.
🌈 우리 아이들에게는 희망의 종소리만 들려주고 싶지만, 그런 유토피아적 사회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요. 우리 아이들은 인생의 길에서 실패, 고통이란 친구를 만날 것이고, 그렇게 또 자기 삶을 꾸려가겠지요. 길에 좌절의 조각이 흩뿌려져 있더라도, 거기에 맺힌 맑은 소리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삶의 실천으로써 알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 나는 요즘 어떤 답답함을 느꼈나요?
- 어디서 힘듦을 느꼈나요?
🌈 하지만 그 힘듦의 조개에는 영롱한 진주알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 부모인 우리가 각자의 삶을 씩씩하게 헤쳐나간다면 이를 물끄러미 보았던 아이들은 깨진 조각 속 깨우침을 훨씬 더 빠르게 간파하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 부모를 훌쩍 넘어서는 성인으로 자라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생의 의미이자 보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공유해주세요. 우리를 서로 이끌어 주는 이야기는 우리들의 실제 경험담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