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좋은 장난감이자 가장 좋은 선생님은 엄마 아빠입니다 ]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엄마 아빠는 늘 걱정합니다. 내가 조금만 실수해도 아이가 크게 잘못될 것 같아 늘 무섭습니다. 그래서 더 좋은 방법, 더 비싸고 멋진 장난감, 전집, 교구 세트를 찾으려고 열심히 수소문합니다. 그러다 보면 지치고, ‘아이와 놀아줘야 하는데...’ 하며 한탄합니다.
하지만 제일 좋은 놀잇감은 바로 아이 옆에 있습니다. 수 십만 원을 호가하는 비싼 장난감도 아니고, 좋은 시설에 멋진 장난감으로 가득 찬 놀이방도 아닙니다. 바로 ‘엄마, 아빠’입니다. 아직 어린아이는 사회적 놀이를 할 수도 없고, 어떻게 욕구를 표출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 방법은 엄마와 아빠를 통해 배우게 되지요. 엄마의 손길, 엄마가 해 주는 대화, 엄마가 실제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 아이에겐 새로운 자극이자 놀이가 됩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엄마와 분리되지 않은 한 몸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장난감이자 선생님을 두고 다른 어떤 것이 더 필요할까요? 엄마가 없이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놀이는 온전하지 않습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주어지는 자극들 중 올바른 것을 제대로 선별해 줄 수 있고, 방법을 몰라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시범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엄마가 있어야 놀이가 비로소 완성됩니다. 그것이 엄마의 놀이 참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 비싼 것을 척척 사 주는 것이 아이를 제대로 놀게 해주는 방법은 아닙니다 ]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어떻게 해야 아이와 제대로 노는 방법인지 알지 못 합니다. 왠지 다른 엄마들이 해서 좋다고 했던 것은 나도 사야만 할 것 같습니다. 옆집 아이가 했더니 효과가 있다고 들었던 학습지, 친구네 집에서 보았던 장난감들은 우리 집에도 있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물질적으로는 매우 풍요로워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인터넷이라는 좋은 매체가 있어도 무분별한 정보들에 허덕이듯이, 너무나 잘 만들어진 장난감들 속에서 아이의 점점 마음은 빈곤해집니다. 요즘에는 정답을 바라는 교구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해 보세요. 저렇게 해 보세요. 정답을 맞혀 보세요. 여기를 움직이면 이렇게 되지요’ 하는 장난감들이 쏟아집니다. 너무나 완벽해서 도무지 아이의 상상력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풍요 속 빈곤입니다.
사람이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태여야 할까요? 우리의 몸을 움직이는 핵심 사항은 바로 ‘필요’입니다. 심심해서 놀이가 ‘필요’ 한 시점이 되어야 아이는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미 수많은 자극들이 아이를 둘러싸고 반짝대고 있으면 아이는 놀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합니다. 주어진 자극에 수동적으로 따르게 되지요. 무엇이든 많이 있어야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엄마의 만족을 얻은 대신에 아이의 적극성을 잃은 셈입니다.
어른들은 아이의 손에 무언가 들려있지 않으면 심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완구가 있어야만 아이가 놀 수 있을 거란 생각 속에 삽니다. 하지만 아이에겐 창문 틈 사이로 비치는 햇빛의 느낌, 바스락거리는 신문지 한 장도 대단한 놀이 방법이 됩니다.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 힘을 완벽한 장난감이나 학습지 속에 가두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엄마가 바라는 놀이 방법이 제대로 된 놀이라는 사고를 버려야 합니다.
[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놀이가 정답입니다 ]
그래서 정답은 엄마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 시간에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이가 어떤 자극을 좋아하고, 어떤 방법이 되어야 잘 노는지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엄마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정답만을 바라는 많은 장난감들을 아이에게 맞게 조절해서 줄 수 있는 사람 역시 엄마 아빠입니다. 그래서 엄마표 놀이가 좋다는 것입니다.
보통 게임이나 교구들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집니다.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제작되었기 때문에, 전 과정 역시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게임 역시 ‘경쟁을 해서 이기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교구는 ‘하나의 개념을 완전학습 하는 것’ 이 그 목표입니다.
아이가 나름대로 이리저리 굴려보고 조작해보며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들이 모두 지향점이 됩니다. 이런 게임, 교구를 아이 혼자 가지고 놀게 되면 이미 정해진 규칙에 휩쓸리기 쉽습니다. 다각도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적기 적시에 적당히 제시하는 것. 엄마가 함께 하면 가능해집니다. 좋은 놀이의 형태는 ‘구조적이지 않은 상태의 놀이’입니다. 구조적이라는 말은 짜여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설계된 상태가 아닌, 자연스러운 상태의 놀이는 아이의 창의력이 자라날 공간이 있습니다. 아이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무한대로 달라지는 놀이야말로 정말 좋은 놀이입니다.
불빛이 반짝거리는 자동차는 아이가 고작해야 빛을 내는 버튼을 누르는 방법을 익히는 것에 그칩니다. 하지만 엄마와 아이가 종이컵 하나만 있으면 전화 놀이도 해 보고, 쌓기 놀이, 바람 불어 날려보기, 모자로 써 보기, 망원경을 만들어 놀기를 할 수 있습니다. 더 많고 다양한 놀이의 변형이 가능합니다. 비 구조적인 놀이 방법을 아이에게 제시하는 역할은 엄마 아빠의 몫입니다. 엄마 아빠가 제시하는 놀이들 안에서 아이의 조작능력과 창의력도 무한대로 자라나게 됩니다.
또한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놀이는 ‘진정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와 노는 것에는 어쩔 수 없는 의무감이 있습니다. 마치 숙제를 하듯 정해진 시기에 끝내야 하는 느낌의 놀이가 되지요. 그렇게 되면 놀아주는 사람의 주도 하에 아이는 바쁘게 쫓기듯 놀이하게 됩니다. 이런 놀이 안에서 아이는 놀이로 얻을 수 있는 효과의 절반도 얻지 못 합니다.
하지만 엄마아빠는 다릅니다. 내 아이가 보이는 반응, 놀이를 하며 보여주는 내 아이의 미소. 매 순간순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그저 재미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노는 것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진정성이 있습니다. 아이도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에서 아이는 ‘엄마와 놀이하는 그 자체로서의 행복함’을 느낍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엄마아빠 놀이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