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아이와 애착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36개월까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저희 아이는 36개월이 넘었고요. 만약 이 시기에 애착을 잘 형성하지 못하면 더 이상 키우기가 어려운 건가요?
엄마한테 불안한 것처럼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하기도 하고요. 애정이 부족한 건지...
밖에 나가면 제 말을 듣지도 않고, 자꾸 자기 맘대로 행동해요. 그러다 마음대로 안되면 악쓰고 울고불고 큰일이 나네요. 어떻게 해야 하죠? "
아이의 사회성을 관장하는 이마엽
애착에 관해서 궁금하다고 하셨네요. 물론 36개월을 기점으로 많이 이야기하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발달은 칼로 딱 쪼개지는 것이 아닌지라 계속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지금 41개월이지만 애착형성이 끝난 것도 아니고 아이와의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습니다.
애착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이유는 아이가 살아가면서 특성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키워드이기 때문입니다. 애착으로 인하여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발달상 특성으로는 가장 대표적인 사회성이 있지요. 사회적 관계를 맺거나 도덕성을 키우려면 뇌 중에서도 이마엽이라는 부분의 억제 작용이 자라나야 가능해집니다.
이마엽 이란 뇌 중에서도 앞쪽 부분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이 부분은 몸의 신체 반응을 조절하기도 하고,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 사고력, 기억력을 관장하기도 하지요. 성격 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마엽은 합리적으로 사고하도록 해 줍니다. 이마엽이 잘 자라나야 이성적인 판단을 잘 할 수 있지요.
아이들의 뇌 발달은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이 이마엽은 사춘기에도 아직 자라고 있는 중입니다. 십대 후반쯤 되어서야 거의 다 자랐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제 막 41개월이 된 아이는 이마엽이 성장을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이마엽이 자라나는 동안 '변연계'라는 부분이 더 많이 작용합니다.
변연계라는 부분은 정서적인 부분을 관장하지요. 어떤 사건을 만났을 때에도 이성이 덜 자라났기 때문에 변연계가 먼저 나서서 감성적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충동적으로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이 이마엽이 본격적으로 자라야겠다! 하는 시기는 생후 6개월경부터 돌 무렵까지입니다.
뇌의 발달과정은 마치 조각가가 찰흙으로 조각을 하는 것과 같아서, 초반에는 뼈대에 찰흙을 붙이듯 덩치를 마구 키우는 식으로 발달하고, 이 덩치 키우기가 끝나는 시기부터는 조각칼로 세밀하게 깎아내듯 뇌의 각 영역들이 정돈되고 다듬어집니다.
사회성이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애착
36개월이 왜 중요하냐고 하는지는 이 때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만 2세쯤 되면 자아가 서서히 생겨나고, 엄마와 분리가 어느 정도 가능해집니다. 만 3세쯤이 되면 언어와 인지의 발달로 의사소통이 좀 더 원활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또래에 대한 욕구가 생겨나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이때 또래에게 관심을 보이고. 함께 잘 놀며 소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애착입니다.
애착은 '엄마의 사랑을 토대로 엄마를 신뢰하는 것' 이지요. 아이가 엄마는 항상 내 편이고,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마음에 굳게 새기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친구들과 놀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얼추 발달한 만 3세 아이가 다른 아이와 재미있게 놀고자 하는데 애착이 잘 형성되지 못해 마음 한구석에 불안함이 있다고 해 봅시다. 그렇게 되면 이 아이에게는 다른 아이들이 노는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엄마만 눈에 들어옵니다.
분명 아이의 인지나 언어 발달상 다른 친구들과 놀 수 있는 능력이 이제 막 발현되기 시작했지만 마음속에는 '엄마가 날 사랑하나? 엄마가 나를 항상 지켜보고 있는 걸까?' 하는 불안이 있어 놀아도 즐겁지가 않습니다.
애착을 위해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합니다. 엄마에게 울어서 나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엄마의 행동에 꺄르르 웃으며 반응하기도 합니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갓 태어난 '사람'은 보호자의 보호만이 생존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엄마의 애착을 온전히 얻어야만 '내가 안전하구나. 나는 잘 자랄 수 있구나' 하고 믿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되지 않을 경우 아이는 생존 여부에 대한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애착 형성을 위해 노력해주세요!
이런 불안은 자라면서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다른 또래 아이들을 봐도 마음속 불안함이 있으니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 없지요. 첫 또래 관계 형성을 부정적으로 한 아이는 부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합니다. '엄마도 날 별로 안 좋아하는데 쟤도 마찬가지일 거야. 내가 별로인가 봐'라는 식이지요.
아이와 애착이 잘 되지 않는다고 느끼셨다면 아이와의 애착을 긍정적으로 형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사회성에 근거해서 또래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시기가 36개월이기 때문에 다들 36개월을 말하지만 사실 애착 형성을 위한 기간을 5년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지요. 꼭 3년이 지났다고 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이미 늦었어' 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뜻입니다.
애착 형성이든, 아이의 공공장소에서 문제행동이든 결과적으로는 아이는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중입니다. 엄마가 말을 했지만 아이의 본능이 공공장소에서 뛰길 바라는 것입니다. 엄마의 말을 듣고 참아야겠다는 생각보다 물건을 사달라고 하고, 떼를 쓰는 것이 더 큰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합니다. 아이는 본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나이입니다. 당연한걸요! 오히려 엄마가 말한 것을 한방에 수용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합니다.
이렇게 울기도 해보고 본능대로 하고 싶어서 마구 떼도 써보고 이것저것 행동해보다가 좌절도 해보고 뜻대로 안되는 것도 겪어보고 가끔씩 성공도 해보면서 아이의 경험이 자라납니다. 이 경험들이 모여서 아이의 성격을 구성하게 되겠지요.
엄마 아빠부터 안정을 찾아야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을 규정하는 것도, 고칠 수 있는 방법도 아닌 어머님의 여유입니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시고 개인 시간을 조금 늘리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머님께서 아이의 행동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그렇습니다. 아이의 행동은 자연스러운 거다, 아이도 이게 안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욕구가 마음속에 있어서 저렇게 우는 행동을 보이게 되는 거다. 조금 더 자라면 자연히 괜찮아질 거고, 나는 잘 도와줄 수 있을 거다. 하는 마음을 가지셔야 합니다.
그런 마음을 갖게 된 뒤에는 되는 행동과 안되는 행동을 나누고, 일관성 있게 어머님께서 지켜나가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아이가 울고불고 난리가 나도 아이 근처에서 아이를 지켜보면서 울기를 그치길 기다리고, 다 울고 나면 아이에게 협상하는 법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말로 너의 요구를 표현하면 엄마가 협상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수십 번이고 알려주며 이해할 때까지 반복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벌써 그렇게 하라고 권해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어머님의 마음에 안정이 없다면 이 과정 자체가 무척이나 힘들고 버티기 힘든 짐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것은 엄마에게도 좋지 않지만 아이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엄마가 힘들어서 지쳐버리면 아이에게 지켜오던 일관성이 깨지게 될 것이고, 그것은 아이의 불안감을 키우게 됩니다. 먼저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기 시간을 갖고, 나를 더 사랑하는 것 부터 해야 합니다. 아이를 떠나서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지요.
예전에 좋아하던 장르의 책을 보거나 영화도 보고, 나를 이해해줄 사람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배우고 싶던 분야의 공부도 조금 더 하고,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도 해 보는 그런 힐링 포인트들을 만드세요. 일단 안정을 찾기 전 까지는 아이가 주로 울음을 터트리는 장소 혹은 원인, 행동을 파악하고, 가급적 피하려고 노력해주세요. 아이에게 울 원인 자체를 없애라는 뜻입니다.
엄마, 아빠가 안정된 이후에는 여러가지 대책들이나 방법들을 시도해 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 이후에 들어가도 늦지 않습니다.
아이에게는 건강해진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힘이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