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미진 씨는 아이가 상처 난 부위를 너무 아파하며 우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놀다 생긴 상처였지만, “그때 내가 좀 더 잘 지켜봤어야 했는데”라는 자책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마침 자신의 생리통까지 겹친 날이었고, 그날 아이의 울음은 유난히 더 크게, 더 깊게 마음을 때렸습니다. 게다가 남편은 육아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아플수록 더 자신만 찾는 상황 속에서 미진 씨는 점점 고립되고 있다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아이를 재우고 난 뒤 밤 9시 반, 시리얼 한 그릇을 먹다가 눈물이 핑 돌더니 식탁 위로 뚝뚝 떨어졌습니다.
이야기 둘
민호 씨는 아주 심각하지는 않지만 늘 자신과 함께하는 잔잔한 우울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당장 해고 위기에 놓인 것은 아니었지만, 한때 잘나가던 회사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가라앉아 있었고 전체적인 실적도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성과가 나더라도 내 연봉으로 이어질까?” 이런 불안이 반복해서 올라왔습니다.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같고, 40대가 되니 체력도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육아로 지쳐 있는 아내를 돕고 싶은 마음은 큰데 둘째 아이는 자신을 살짝 밀어내는 것 같아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도 막막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집안의 미래를 더 단단히 만들고 싶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선명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여러 감정들이 그의 기분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이 두 이야기를 읽으며
“이거, 내 이야기 같은데” 혹은 “내가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 같다” 느끼셨을지도 모릅니다. 더 잘 살아보고 싶은데, 더 잘 해내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느낌.
이 정도의 우울감과 무기력은 사실 우리 대부분이 어느 정도는 안고 살아갑니다. (과거 글 참고: 우리 모두는 일정 부분 부정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삶의 스킬이 하나 있습니다. 아주 작아 보이지만 생활에 분명한 도움을 주는 스킬입니다.
바로 ‘결정하기’
그리고 ‘결정에 따른 아주 작은 실행을 하기’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유부단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삶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선택지는 많고, 상황은 복잡하고, 연결된 사람들의 욕구는 서로 다릅니다.
게다가 우리는 늘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복잡도가 높은 삶 속에서 ‘완벽한 정답’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장단점은 늘 함께 따라옵니다.
그래서 삶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선택이 아니라, “이유를 가진 결정”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이런 이유로 이걸 선택하겠다.”
이 결정을 삶 전반에서 계속 연습하는 것이 우리에게 통제감을 줍니다. 이 통제감은 “내가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내 삶을 내가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만들어주고, 이 느낌이 바로 우울감을 완화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미진 씨의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 볼까요.
미진 씨는 눈물을 휴지로 닦고 시리얼을 다 먹은 뒤 문득 이런 결정을 합니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책을 조금 읽고, 마음에 남는 문장을 필사하자.” 이 작은 결심만으로도 기분이 아주 약간 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열 문장을 필사한 뒤 이번에는 또 하나의 결정을 합니다. “남편과 잠깐 산책을 하자.” 산책을 하며 오늘 육아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담담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남편 역시 육아를 회피하려던 것은 아니었고 그때의 상황이 있었음을 설명했고, 서로 조금 더 이해하게 되며 마음은 한결 가라앉았습니다.
이렇게 ‘결정하기’는 삶에서 계속 당하고만 있다는 느낌을 끊어주고, “그래도 나는 선택하고 있다”는 감각을 만들어줍니다.
이 감각은 내측 전전두피질(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영역)을 활성화시키고, 우울감이 더 깊어지는 흐름을 멈추게 합니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생각이 몰려오고, 지금 하는 모든 행동이 의미 없어 보일 때 우리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첫 번째는 ‘내 감정 읽기’입니다. '아, 내가 이런 이유로 지금 기분이 좋지 않구나'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할 수 있는 긍정 행동 하나를 하겠다”라고 단호하게 결정하는 것입니다.
민호 씨의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민호 씨는 자신이 우울감(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있음을 알아차릴 때마다 이렇게 결정합니다. “오늘은 산책을 하자.” 아이를 재운 뒤 산책을 하며 둘째 아이에게서 느꼈던 서운함과 상처를 차분히 돌아봅니다. “다음에는 이렇게 말해봐야겠다.” 하고 마음속으로 연습도 합니다. 집에 돌아와 대학 시절 치다 말았던 기타를 꺼내봅니다. 기타를 치며 오늘 아이와 있었던 즐거운 순간—쉽게 잊히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회사 상황이 갑자기 좋아진 것도 아니지만, 그는 이렇게 다시 결심합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결정하기는 삶을 단번에 바꾸지는 못합니다. (사실, 내 삶을 단 번에 바꾸는 뭔가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 삶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작은 옵션들이 있을 뿐이지요. 그 옵션을 실행에 옮기냐, 안 옮기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결정하기는 더 나빠질 수 있었던 순간을 구출해내는 힘을 가집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감각을 돌려줍니다. “그래도 나는 내 삶을 옳은 방향으로 운전하고 있다.”
아이 육아로 너무 지칠 때는 아이를 재운 뒤 나를 달래줄 ‘미세 회복 행동 하나’를 미리 결정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책 몇 쪽 읽기
- 따뜻한 차 한 잔
- 5분 스트레칭
불안한 경제 상황이 마음을 잠식할 때는 “이 행동 하나만은 해보자”라고 정하고, 관계가 버거울 때는 “나는 이번에는 여기까지만 하겠다.”라고 스스로 경계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중립적이고(부정적인 것에 치우치지 않고), 현실적이고, 지금 해볼 수 있는 방향으로요.
오늘, 당신이 내리고 싶은 작은 결정은 무엇인가요?
결정은 크고 작음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정 → 실행 이 회로를 계속 사용하다 보면 그 회로는 점점 강해지고, 우리 뇌는 조금씩 다시 배선됩니다.
그리고 그 작은 반복이 우울의, 우유부단의 하강 나선을 천천히 상승 나선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됩니다.










